4일부터 시작된 한-미 공중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군 F-22 랩터 전투기가 편대비행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미 공군이 4일 미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6대를 포함한 230여대의 항공기로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를 시작했다. F-22 6대를 한꺼번에 한반도에 전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략무기인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도 폭격 연습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규모 훈련은 11월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연례 훈련이라지만,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밖에 없다.
최근 북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분위기는 초강경 일변도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현지시각)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김정은은 자신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군사력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3일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대북 선제공격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에 주한미군의 가족 동반 중단을 요구하겠다고까지 말했다.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 ‘군사적 옵션’, ‘선제타격’ 등의 단어가 지금처럼 자주 오르내린 적이 없다. 북한 핵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워싱턴까지 이르렀다는 점이 미국 정부를 매우 예민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원인 제공자가 북한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처럼 ‘전쟁’을 쉽게 입에 올릴 수 없는 처지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한반도 상황 관리에 최우선을 두고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번 훈련이야 예정대로 할 수밖에 없더라도, 2월 평창겨울올림픽과 맞물린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연기 문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엔 차원에서 ‘올림픽 휴전 결의’를 한 마당에 개최국이 연례 훈련이라는 이유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는 건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미국이 주도하는 강경 일변도 분위기에 끌려가기만 하면, 긴장 완화를 위한 적절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중심을 잡는 게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