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자유한국당(왼쪽부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 타결에 합의한 뒤 손을 모으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여야가 4일 오후 새해 예산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사흘 넘겨 5일 중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시한을 넘겨가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한 끝에 적잖은 양보를 받아냈다. 다행히 정부 예산편성의 큰 줄기가 훼손되지는 않은 것 같다. 내년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을 그대로 두되 2019년에는 액수를 늘리지 않기로 한 것이나 공무원 인력증원 규모를 삭감하기로 한 것이 정부로서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야당의 문제 제기에도 일리가 있으니, 지혜를 모아 적절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액 인상 시기를 9월로 늦춘 것은 순전히 야당의 정치적 계산을 반영한 것으로, 아쉬움이 크다.
‘일자리안정자금’은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인상분의 일부를 지원하는 예산 항목이다. 앞으로 재정에서 현금으로 지원하는 예산을 더는 늘리지 않기로 했다. 이는 2019년도 최저임금 인상에서는 재정의 추가 지원을 고려하지 말라는 뜻이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정부의 부담이 커졌다. 정부가 뒷감당을 잘해야 한다.
여야는 내년에 공무원을 9475명 증원하기로 합의했다. 정부 계획(1만2000명)보다 2500명 이상 줄어들었다. 향후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야당의 반대를 정부가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무원 수를 크게 늘리겠다고 공약했는데, 내년에는 그 필요성을 더 구체적으로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누리과정 일반회계 전입금을 2조586억원으로 합의하여, 보육을 중앙정부 책임으로 되돌린 것은 의미가 크다.
정부가 만 5살까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새로 도입하기로 해 주목받은 아동수당(월 10만원)은 내년 9월부터 지급한다. 소득 하위 70% 이하 만 65살 이상에게 월 최대 2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25만원으로 올리는 것도 9월부터 하기로 합의했다. 애초 정부 계획은 기초연금은 4월부터 증액하고, 아동수당은 7월부터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자유한국당이 6월 지방선거에 악용될 것이라며 시행을 늦추자고 요구해 결국 늦춰지고 말았다. ‘소탐대실’하는 일 아니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올해 들어 출생아 수가 더 급격히 줄어, 연간 3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 확실해진 상황임을 잊은 것인가. 야당 요구로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해, 결과적으로 ‘선별적 복지 제도’가 돼버린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