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지도부 인사들의 말이 너무 험하다. 홍준표 대표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권은 주사파 정권”이라며 색깔론 공세를 폈다. 얼마 전 국회부의장 신분인 심재철 의원은 문 대통령을 내란죄로 고발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정치를 ‘말의 예술’이라 하는데, 이런 식의 막말로 정치 수준을 떨어뜨리는 제1야당 지도부의 모습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홍 대표는 “청와대는 주사파가 장악했고, 문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거의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인사들이 청와대를 장악했고 문 대통령은 ‘주사파에 조종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다. 현 정권을 지지하는 다수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황당하고 모욕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야당 본질이 ‘정권 비판’이라 해도,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마저 한참 넘어섰다.
홍 대표는 “연말에는 신보수주의를 선언하겠다”며 당의 혁신을 거론했다. 그러나 색깔론이야말로 낡은 보수, 수구보수가 가장 먼저 벗어던져야 할 퇴행적인 행태다. 한 손으로 색깔 공세를 펼치며, 다른 손으로 혁신 깃발을 흔드는 게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
홍 대표가 철 지난 색깔론을 다시 꺼낸 이유는 자명하다. 문 대통령을 공격해도 지지율이 꿈쩍하지 않자, 과녁을 청와대 참모진으로 바꿔 ‘주사파’ 낙인을 찍겠다는 것이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한심한 행태다. 색깔론에 고개를 젓는 합리적 보수층의 외면을 더욱 재촉할 뿐이다.
콘텐츠가 빈약하면 말이 거칠고 논리가 허황해진다. 홍 대표 발언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집단 혐오 발언)란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오죽하면 당내 동료 의원들조차 품격 있는 언어 사용을 요청했을까 싶다. 그런데도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지금 품격을 논할 때냐”고 반문했다니, 쓴웃음만 나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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