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 반대투쟁을 했던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제기한 34억5천만원 규모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12일 철회했다. 가깝게는 소송 제기로부터 1년9개월, 멀게는 극소수만 참석한 마을 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이래 10년간 이어져온 갈등을 푸는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
최근 법원은 △정부가 관련 소를 모두 취하하고 △이후 상호간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으며 △상호간에 화합과 상생 및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 등 4개항을 담은 강제조정안을 내놨다. 소송을 지속하는 게 마을 주민들의 분열과 반목, 나아가 사회적 갈등을 더 키우기만 할 뿐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국회의원 165명과 제주도지사 및 87개 제주지역 사회단체들이 소송 취하를 요구했던 데서 보듯, 이는 정치권과 지역사회 대다수의 요구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불법시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정부를 강력 비난한다. 지난 10년간 갈등의 역사에 완전히 눈감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애초 해군기지 유치 결정과 이후 과정은 모두 주민 뜻과 관계없는 날림과 날치기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주민 등 500여명이 사법처리를 받고, 수백년 내려온 마을공동체가 붕괴됐다. 공사지연 책임을 전적으로 주민에게 돌리는 논리도 문제가 있다. 실제로 충돌을 우려해 도에서 공사 중지를 요청한 사례가 있고, 군과 업체가 스스로 일정을 조정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은 외면한 채 주민을 ‘좌파 폭력세력’으로 몰아 거액소송을 계속하라는 것은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본때 보이기’를 하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분열과 갈등의 사회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더이상 주민들 상처에 소금 뿌리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