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1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터뷰 내용을 방영하고 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화면 갈무리/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중국을 처음으로 국빈 방문한다.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12일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런데 방송을 보면 문답 사이에 별도 내레이션을 삽입했는데, “(‘사드 봉합’은) 중국이 한-중 관계 발전의 큰 방향을 고려해 내린 결정”, “향후 양국관계 발전은 한국이 표명한 입장(3불)을 어느 정도로 이행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하는 등 사드 갈등의 모든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고 중국은 큰 시혜를 베푼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인터뷰 진행자도 사드 문제에 대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한국은 어떤 조치를 취해나갈 건가”,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등 우리 정부의 ‘이행’만 집요하게 캐묻는 태도로 일관했다. <중국중앙텔레비전> 보도가 중국 국내용임을 고려하더라도 정상회담을 앞둔 상대국 정상 인터뷰에서 한쪽 측면만 과도하게 부각하고 자의적 해석까지 곁들여 편집한 것은, 편파적이고 부적절할 뿐 아니라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문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은 사드 문제로 인한 두 나라 갈등을 완화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기 위함이다. 그런데 방중을 앞두고 중국 쪽에서 갈등을 키우는 듯해 무척 우려스럽다. 지난 9일에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의 ‘3불’(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사드 추가도입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이행을 거듭 강조했다.
정상회담을 앞둔 한-중 간 이슈는 크게 사드, 북핵, 경제 등 3가지다. 사드 해결은 양국이 이미 ‘3불’ 원칙에 합의했으니, 서로 지켜보면 될 일이다. ‘실행한 것’을 다시 돌이키는 것도 아니고, ‘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뭘 더 어쩌란 말인가. 이를 반복해서 계속 확약받으려는 태도를 중국이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사드 배치’에 대한 자신들의 외교적 성과를 부풀리려는 국내정치적 요인이 커 보이긴 한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입장을 이해하려는 중국의 최소한의 배려가 아쉽다.
문 대통령은 <중국중앙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사드가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점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다짐을 받은 바 있다”고 했고, “우리도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 평창올림픽을 맞아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미국 쪽에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 보자면, 나름 성의를 보이고 있는데 오히려 중국의 ‘사드 보복’ 해금 조처가 미흡한 것처럼 느껴진다.
어쨌든 한-중 정상회담이 이를 두고 시시비비를 따지며 서로 얼굴 붉히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두 나라는 서로 공통점을 찾고, 차이를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도 ‘전쟁은 안 된다’, ‘비핵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등 두 나라 사이에 공감대가 있는 부분이 많다. 두 나라 정상이 공동성명과 공동기자회견을 않기로 한 건 그런 점에서 아쉬운 면이 있다.
하지만 완전히 입장이 일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동성명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중국에서 한·중 정상이 서로 마주 앉아 환한 웃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두 나라 국민과 양국 관계에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방중은 호혜적 한-중 관계의 첫걸음을 다시 떼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