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납세자연맹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8월2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교인 과세를 또다시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을 비판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가 14일 종료됐다. 입법예고란 국민의 권리·의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령을 제·개정하기 전에 내용을 미리 공개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제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입법예고 과정에서 100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됐으며, 주로 종교인 비과세 범위와 세무조사 예외 등 특혜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고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는 “개정안이 종교 활동비에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한 것은 그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워 종교인 소득 전체에 대한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제1원칙에 비춰볼 때 타당한 지적이다. 이들 단체는 또 “종교단체가 종교 활동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을 기록한 장부를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실질적으로 종교인 세무조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종교인만 세무조사를 사실상 면제해주는 것은 ‘조세 평등주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이 조항 또한 삭제하는 게 맞는다. 한국납세자연맹은 한 발 더 나아가 “소득세법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 종교인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 시행령 개정안은 무효”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시행령이 나온 것은 기재부가 종교계 일부의 반발에 밀려 그들의 요구를 너무 많이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12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보완을 지시했다. 이 총리는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은 종교계의 의견을 비교적 많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사회 등은 종교인 소득 신고 범위나 종교단체 세무조사 배제 원칙 등이 과세의 형평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하고 있다. 종교계의 의견을 존중하되 국민 일반의 눈높이도 감안해 최소한의 보완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14일 성명을 내어 “어렵게 도달한 안을 종교계와 사전 협의 없이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이 자행된다면 심각한 정교 갈등과 함께 강력한 조세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종교인이 여론을 외면한 채 끝까지 특혜를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정교 갈등’ ‘조세 저항’ 운운하며 정부를 협박하는 모양새는 볼썽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종교인 전체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그 전에 문제 조항들을 바로잡아 제대로 된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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