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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또 충돌한 미-북, 대화 출구 찾아야

등록 2017-12-17 17:47수정 2017-12-17 18:57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 미국과 북한이 다시 충돌했다.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듯하더니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며칠 사이 분위기가 이렇게 급변한 일차적 원인은 우왕좌왕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미국에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각)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위협적인 행동의 지속적 중단’을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사흘 전 ‘북한이 원한다면 날씨 얘기를 할 수 있다’고까지 하면서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던 데서 명백히 후퇴한 발언이다. 애초 틸러슨의 연설 초고에는 ‘조건 없는 대화’ 내용이 들어 있었으나 실제 연설에서는 빠졌다고 한다. 틸러슨이 파격 제안을 한 직후 백악관이 지금은 대화할 시점이 아니라면서 급제동을 걸자 말을 삼킨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틸러슨의 대화 신호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단한 셈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AFP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AFP 연합뉴스
백악관과 국무부의 이런 엇박자는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를 갉아먹는 결과가 될 뿐이다. 틸러슨의 제안을 백악관이 나서서 연거푸 뒤집는 꼴도 볼썽사납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며 자기들끼리 힘겨루기하는 모습으로는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어느 나라의 신뢰도 얻기 힘들다. 자성남 북한 유엔대사가 안보리 연설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비핵화 요구를 일축하고 나선 것은 그런 분위기에 대응한 것이라고 볼 소지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행동이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태도로는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과 북한 양쪽 모두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틸러슨은 북한과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외교적 해법에 기대를 걸겠다고 밝혔다. 북한도 ‘핵보유국 발언’ 말고는 특별히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대화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국제사회의 관심도 북-미 사이 대화 채널 구축에 쏠려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과 즉각 소통 채널을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그런 사실을 보여준다. 구테흐스 총장은 남북 간 채널 복원 필요성도 역설했는데, 우리 정부가 새겨들을 말이다. 미국과 북한이 직접 충돌을 피하고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는 할 수 있는 중재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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