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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불평등 방치하면 파국 온다’는 경제학자들의 경고

등록 2017-12-17 18:17수정 2017-12-17 18:56

“전세계 인구 가운데 소득이 많은 상위 1% 7600만명이 1980년에서 2016년 사이 늘어난 세계의 부 가운데 27%를 차지했다.” 소득분배를 연구하는 70여개국 학자 100여명의 네트워크인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WID.world)가 14일(현지시각) 발표한 ‘세계의 불평등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소득과 부의 쏠림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들이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열어 보고서를 낸 것은 그만큼 마음이 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추세로 가면 파국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도 더욱 진지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불평등의 확산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소득이 소수의 상위 계층에 집중되는 일은 이른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심하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중국 등에서는 현재의 격차도 크지만, 격차 확대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게 연구자들의 진단이다. 미국의 경우 1980년에는 상위 1%의 몫이 22%였으나, 2014년에는 39%로 급증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가한 토마 피케티는 “미국 방식을 피하면 불평등 심화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는 기업에 유리하게 세금제도를 운영한 것과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과도한 특허 보호 등이 미국에서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는 불평등이 심해질 게 뻔한 길로 가고 있다. 법인세율을 큰 폭으로 내려 부자들에게 더 많은 몫을 안겨주려는 것이 대표적인데, 이를 두고 공화당 안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를 모르쇠하면서, 미국이 법인세를 내리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냐고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우리나라도 상위 1%와 10%의 몫이 1996년 7.3%와 32.6%에서 2012년 12.3%와 44.2%로 커지는 등 빈부격차가 빠른 속도로 커졌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단합된 정치적 행동이 없으면 소득의 격차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불평등을 이대로 방치하면 정치·경제·사회적 파국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법으로는 소득세 누진율을 높이고, 불로소득이라 할 수 있는 자본이득에 과세하며, 임금을 인상하고, 공공교육에 투자하라고 권고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처방이다. 이런 처방을 국가가 실행하도록 소외된 사람들이 더 힘을 모아 압력을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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