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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되풀이되는 참사, 우리 사회 송두리째 달라져야 한다

등록 2017-12-22 17:28수정 2017-12-22 19:19

시뻘건 불길을 뒤삼킬 듯 피어오르는 검은 유독가스, 아슬아슬하게 건물 외벽에 매달리거나 옥상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사람들, 무엇보다 2층 사우나 등에 갇혀 있어야 했던 희생자들이 느꼈을 공포심.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의 영상은 아비규환 자체였다.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재발 방지를 다짐하건만, 반복된 재난은 할 말을 잃게 한다. 구조적 원인부터 대응 문제, 그리고 평상시 안전 불감증까지 우리 사회가 모든 면에서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

22일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전날 오후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1층 필로티 주차장의 천장 열선 설치작업 중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화재 발생 뒤 신고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지고 어찌됐든 불길이 2시간여 만에 잡혔던 데 견줘 인명 피해가 막대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참사를 키운 것은 ‘인재’적 측면이었다.

초동대응 문제점 규명해야

먼저 소방당국의 초동대응에 문제는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방당국이 애초 화재 현장에 동원한 장비는 고층건물 구조용 사다리차인 굴절차 한대와 고가차 한대가 전부다. 그나마 굴절차는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 현장에 이르는 길에 불법주차 차량이 많아 소방대원들의 이동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사이 민간인이 끌고 온 사다리차가 3명의 생명을 구했다. 일부 희생자는 화재 발생 한참 뒤에도 가족과 통화를 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유족들이 장례식장을 찾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사우나 통유리만 깼어도 많은 이들이 살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린 이유다. 장관도 철저한 규명을 약속한 만큼, 현장에서의 초동대응 부실로 ‘골든타임’을 허비한 건 아닌지 밝혀야 한다.

다중복합시설인 9층짜리 이 건물에 설치된 356개의 스프링클러가 알람밸브 폐쇄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소방특별조사에선 정상 작동했었다고 하니, 알람밸브가 그 후 고장 난 것인지, 고의적으로 잠가놓은 것인지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소방서장이 7일 전 건물 관계인에게 서면으로 알린 뒤 벌이는 지금의 소방특별조사 방식을, 불특정 시기에 수시로 가능케 하는 방안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비용이 싼 드라이비트 공법이 쓰인 외장재와 필로티 공법 등 건물 구조 역시 화재를 키운 원인이랄 수 있다.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에 시멘트나 석고를 바르는 드라이비트는 2015년 130여명의 사상자를 낳았던 의정부 아파트에도 쓰였던 공법이다. 이번 제천 화재의 경우 외벽을 타고 불길이 퍼지는 형태가 아니어서 드라이비트를 주범으로 단정하긴 이르지만, 대형 화재에 매우 취약한 공법임은 분명하다. 특히 2015년 이후에야 불연성 외장재 사용이 의무화된 만큼 전국에 제천 스포츠센터처럼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화재에 속수무책일 것이다. 일단 많은 사람이 몰리는 다중이용시설부터 가연성 외장재를 방치하고 있는 곳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방’은 평소 비용이 들고 귀찮은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참사가 일어난 뒤 돌이켜보면, 가장 공을 들인 안전대책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사고 예방의 길이다. 29명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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