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1일 개막한 임시국회가 민생 법안과 감사원장·대법관 임명동의안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한채 말 그대로 ‘빈손’으로 문 닫을 것 같다. 개헌특위를 둘러싼 여야 대립 때문인데, 정치적 갈등으로 이미 합의한 법안 처리까지 보류하는 행태를 언제까지 계속할 건지 답답하다. 여야는 빨리 의사일정을 협의해 당장 내년부터 시행해야 할 법안이라도 먼저 의결하는 게 마땅하다.
국회는 애초 22일 본회의를 열어 32개 법안과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개헌특위 연장을 놓고 자유한국당이 반발하는 바람에 끝내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 회기는 1월9일까지지만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으면 본회의를 다시 열 수가 없다. 본회의 무산의 직접 이유는 개헌 시기에 관한 자유한국당의 명분 없는 말바꾸기라 할 수 있다. 홍준표 대표는 대선 공약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내걸었는데, 그 뒤 태도를 바꿔 ‘내년 말 개헌’을 주장하며 개헌특위도 그에 맞춰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5월 대선에 나섰던 모든 후보가 약속했던 것이다. 그렇게 공감대를 이룬 사안을 이제 와서 번복하는 건 정치적 명분이 약하다. 그런 사안을 이유로 연말 법안 처리까지 발목 잡는 건 더더욱 말이 되질 않는다. 최소한 개헌 문제와 법안 처리는 연계하지 않는 게 책임있는 제1야당의 도리일 것이다.
지금 국회엔 소방차 통행을 방해해 대형 참사를 초래할 수 있는 곳을 주정차특별금지 구역으로 지정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수개월째 상임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 법안은 이번 본회의와 관련이 없다. 하지만 국회가 본분인 법률안 심사와 제·개정을 제때 하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