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9월까지 출생아 수가 27만81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만6900명보다 12.2%나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출생아 수는 40만명을 밑돌게 된다. 저출산과 인구구조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오래전부터 있었고 역대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으나 추세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 26일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 같아 다행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차례 기본계획에 실효성 있는 정책이 부족했고, 실제 출산과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 실행 의지와 자원 배분 노력은 크게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사실 출산율을 높이는 일은 몇년간의 반짝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다. 요란한 구호를 앞세우기보다는 길게 꾸준한 사회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저출산’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핵심 원인에 좀 더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출산율, 출생아 수를 목표로 하는 국가주도 정책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출산과 자녀 양육을 인권으로 인정하는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위원 수를 크게 늘리고, 여성 위원의 비율을 22%에서 47%로 높인 것이 그런 패러다임 전환을 안착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위원회의 구실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그동안 위원회에 각 부처의 정책을 조정하고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기능이 없었다며, 그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보건복지부 운영지원단이 사무국 기능을 해왔으나, 문재인 정부는 각 부처에서 공무원을 파견받아 사무국을 신설했다. 그러나 사무국을 두는 것만으로 정책 조정 과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리나라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먼저 직면했던 일본의 경우 2003년 내각부에 저출산사회 대책 추진회의를 설치하고, 2007년부터는 저출산 담당 장관을 따로 두고 있다. 내각제 국가도 아닌 우리나라가 똑같이 따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의지는 갖고 해결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05년 1.26에서 2016년 1.44로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7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