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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비정규직 제로’ 물꼬 튼 인천공항 노사 합의

등록 2017-12-26 18:05수정 2017-12-26 19:00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오른쪽)과 박대성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이 26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방안' 발표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인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오른쪽)과 박대성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이 26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방안' 발표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인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가 26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에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처음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0)화’를 천명한 이래 7개월 남짓, 그동안 갖은 진통을 겪으며 ‘과연 합의가 가능할까’ 회의가 일기도 했다. 모두가 만족할 내용은 아니겠지만, 노사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합의를 이뤄낸 것을 높이 평가한다. 우울한 소식이 잇따르는 2017년 연말,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한발씩 나아갈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본 듯하다.

합의 뼈대는 소방대, 보안검색 등 2940명은 공사가 직접고용하되 기존 공사 일반직과 구별되는 별도 직군으로 하고, 그밖의 7천여명은 2개의 별도 법인을 설립해 직접고용하는 것이다. 한 연구용역안에서 850명이라는 수치까지 나왔던 데 비하면 본사 직접고용 규모가 크게 는 셈이다. 채용 방식은 일정 직급 미만은 면접 및 적격심사를 통해, 그 이상은 경쟁채용하되 탈락자는 별도 회사 채용 등을 보장했다. 별도 회사의 경우도 본사 고용보다 근로조건과 고용안정 수준이 낮지 않도록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지난달 인천공항 공청회는 ‘각자도생’으로 치달아온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많은 이들에게 절망감을 안겼던 것이 사실이다. “손잡고 함께 가자”는 비정규직 쪽 호소에 정규직들은 “무임승차 웬말이냐, 공정사회 공개채용”이라고 맞섰다. 불신의 사회가 강화한 ‘점수 경쟁 이데올로기’, 필요 인력 90%를 비정규직으로 써온 공사의 기형적 구조 등이 빚어낸 인식이었다.

그래서 과제는 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전환 과정에서 생겼던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고 실제 동등한 동료로 함께 일해나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규직 노조 지도부는 이번 합의에 대한 기존 정규직들의 반발로 불신임을 받고 사퇴한 상황이다. 당장은 계약이 해지되는 용역회사들의 반발도 클 것이다.

앞으로 직무와 직능을 반영해 설계하겠다고 한 임금체계의 구체적 내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정부는 853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의 시금석이 될 이번 합의 과정을 면밀히 검토해, 세부기준을 더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차별철폐와 처우개선이 지속돼 ‘비정규직 제로’의 실질적 내용을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 합의가 정규직-비정규직이 ‘계급’처럼 되어버린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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