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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새 지도부 선출한 민주노총에 바란다

등록 2017-12-29 18:21수정 2017-12-29 19:14

민주노총 9기 위원장에 29일 김명환 전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이 당선됐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노동 관련 과제들이 급물살을 타는 지금, 80만 노동자를 대변하는 민주노총의 향방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견인할 것은 견인하되 협조할 것은 협조하며 ‘노동존중 사회’를 이루는 데 민주노총이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당선 직후 투쟁을 얘기하면서도 “사회적 대화를 위해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할 것” “민주노총이 노동 의제에 키를 쥐고 있는 정부와 사용자를 상대로 한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 데 주목하고 싶다. 사회적 대화를 거부해왔던 기존 태도의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노·사·정·국회가 참여하는 ‘신 8인 회의’를 사회적 대화기구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자본의 탈규제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같은 노동 현안이 자본-노동 사이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의제가 되어버린 지금, 사회적 대화는 노동계로서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노동을 철저하게 배제해온 보수정권 시기엔 대화의 틀 밖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아무리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청와대 만찬 초청 거부 같은 형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정부 또한 전체 노동계가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노사정위원회를 대화의 틀로 고집할 건 아니라고 본다. 형식과 명분보다 내용과 실질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정부와 노동계 모두 주력해야 할 것이다.

1995년 출범 이래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노동조건 개선은 물론 비정규직 문제를 한국 사회 큰 의제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최근 민주노총이 ‘촛불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는 식의 일부 비판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으로 노동시장이 양극화되어가는 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조직이 되어버렸다는 비판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지점이다. 두번째 직선제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1차 선거 투표율이 무효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52%였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노동존중 사회’는 정부의 힘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 새 지도부가 현장 조합원, 나아가 전체 노동자와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 더욱 힘을 쏟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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