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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구내식당은 중소기업에 양보하는 게 옳다

등록 2017-12-29 18:21수정 2017-12-30 13:10

이마트 마포공덕점 직원들이 28일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마트 마포공덕점 직원들이 28일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최근 일부 매장의 직원용 구내식당 운영을 중소기업에 맡겼다. 이마트는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실시해 서울 상봉·창동·묵동점 등 3개 매장의 직원식당 운영업체로 단체급식 전문업체인 엘에스씨(LSC)푸드를 선정했다. 비록 전국 이마트 매장 146개에 견주면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마트 직원식당 대부분은 같은 계열사인 신세계푸드가 맡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정기옥 엘에스씨푸드 대표를 만나 “단체급식 사업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시행 결과를 지켜보면서 더 많은 직원식당을 중소기업에 개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고 한다. 정 대표는 “중소 급식업체들이 이마트의 결정으로 희망을 보게 됐다.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민간기업과 학교 등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재벌이 독식하고 있다. 5조원대 규모의 시장을 웰스토리(삼성), 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아워홈, 신세계푸드, 한화호텔앤리조트, 씨제이프레시웨이 등 6개 재벌 계열사들이 70%를 장악하고 있고 동원홈푸드와 이씨엠디 등 중견기업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남은 시장을 놓고 중소업체 4500여곳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1월부터는 재벌 계열사들이 공공기관 구내식당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 완화를 명분으로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한다면 재벌의 참여가 문제될 게 없으며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출발선이 다른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 운운하는 것은 공허한 얘기일 수밖에 없다. 재벌 계열 급식업체들은 그룹 계열사 구내식당 운영 등 내부거래를 통해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또 대학에 투자를 약속하는 등 자금력을 앞세워 구내식당 운영권을 따내고 있다. 처음부터 중소기업이 실력만으로 공정하게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 계열사나 ‘친족 그룹’의 구내식당 운영은 부당지원과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낳고 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상생경제를 위해서도 재벌은 이제 구내식당 사업에서 손을 떼고 중소 전문업체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단가 4000원 선인 구내식당 운영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재벌에 어울리는 사업이 아니다. 물론 중소기업들도 소비자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품질 제고와 위생 관리 등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 관련 기사 : 이마트 직원식당 중소기업에 개방…6개 재벌 중 처음

▶ 관련 기사 : “4천원짜리 급식까지 재벌이 진출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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