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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파격적인 북한 신년사, ‘평화’ 돌파구 여는 계기로

등록 2018-01-01 17:39수정 2018-01-01 18:53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에 미국을 향해선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다”고 위협했다. 핵 문제에서 여전히 도발적이지만, 전체적으론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제안을 담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새해 들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시사한 걸 환영한다. 정부는 이를 실질적인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긴장 완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관해 기존의 모험적이고 강경한 태도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건 위협이 아닌 현실이다”라고 미국과 전세계를 겁박했다.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이 북한 체제의 안전을 궁극적으로 보장해줄 수 없다는 걸 김 위원장은 알아야 한다. 핵 개발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과 ‘인민의 행복’을 가져올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이제라도 깨닫길 바란다.

핵 위협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남북문제에서 평창올림픽 참가를 비롯해 관계개선 의지를 내비친 점은 긍정적이다.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진영은 이를 한-미 사이를 이간질하며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술책으로 폄하하는 듯하다. 하지만, 설령 그런 의도가 있더라도 북한의 이번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이고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를 여는 계기로 삼는 건 긴요하다. 궁극적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여지를 넓혀 나가려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북한 의도에 너무 골몰하기보다, 우리가 먼저 자신감을 갖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활용하고 유도해 나가려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는 사전 협의를 잘 해서 불필요한 갈등이 나오는 걸 피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엔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평창올림픽 참가에 적극적인 건, 남북 대화를 고리로 해서 강경한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의 문을 열어 나가겠다는 뜻이 담긴 걸로 봐야 한다.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협상의 문을 열어 나가겠다는 걸 미국이 반대할 명분은 없다. 오히려 지지해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동맹의 가치에 부합한다.

북의 ‘평창’ 참가 위한 당국 간 협의 시작해야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당국 간 만남을 시사한 이상, 정부는 실무적 협의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미국에 ‘올림픽 기간 중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빨리 한-미가 의견을 조율해 북한대표단 참가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이뤄내고,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 토대를 쌓는 게 우리 정부의 역할이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한반도 운전자론’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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