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작업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각 기관의 개혁티에프(TF)가 개혁안을 내놓은 데 이어 연말에 여야도 국회에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망은 썩 좋지 않다. 대부분 입법사항인데 여야의 견해차가 큰 탓이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법사위에 묶여 있는 데서 보듯이 여야 이견에다 검찰 출신 의원들의 몽니에 가까운 방해가 여전하다. 정부·여당의 정치력은 물론 개혁을 바라는 여론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각 기관이 내놓은 개혁안의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법안 문제, 국정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는 데 따른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 등은 서로 연결돼 있다.
경찰개혁위원회는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모두 폐지하는 다소 파격적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방안을 내놓았다. 법무검찰개혁위는 별도의 수사권 조정안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두 기관에 자율적인 조정을 맡겼다가 결국 실패한 경험에 비춰 보면 제3자에 의한 조정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선 당연히 경찰의 비대화를 막기 위해 국가경찰-지방경찰의 분리, 행정경찰-수사경찰의 분할 문제 등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주체도 정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대로 경찰청에 안보수사국을 둘 것인지, 아니면 법무부나 검찰 산하에 별도 기구를 설치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간 소극적이던 문무일 검찰총장이 신년사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국회 논의에도 성실한 자세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스럽다. 어느 기관이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고 새 면모를 보여 국민 신뢰를 얻느냐에 따라, 권한 조정에 대한 여론이 달라질 수 있음을 해당 기관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정부·여당 차원에서는 권력기관 개혁의 종합적인 청사진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입법 단계에선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주도할 수밖에 없겠으나, 기관의 입장이나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들의 인권과 편익이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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