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인 2일, 정부가 고위급 당국회담을 열자고 북한에 제의했다.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모처럼 훈풍이 부는 듯한 분위기다. 북한이 최고 지도자의 말을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 의사를 밝힌 만큼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따른 세부 논의를 우선 진행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회담 형식을 ‘고위급회담’으로 제안해, 회담 의제에 북한 대표단의 올림픽 참가뿐 아니라 남북관계 현안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7월 제안했으나 북쪽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한 군사실무회담과 적십자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다.
역으로,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 연기’의 확답을 받으려 할 수 있다. 정부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유연한 자세로 북한의 대응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남북 간 접촉이 이뤄지고, 지난 정부에서 끊어졌던 판문점 연락 채널이 복구되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과’는 거두는 셈이다. 나아가 북한의 참가를 통해서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하면, 이후 이를 토대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낮추고 평화체제 구축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고위급회담에선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말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한반도의 방향키를 ‘대화’로 돌리는 작은 계기를 만드는 데 최우선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 사회 보수계층 일각에서는 북한 신년사에 대해, 한-미 갈등과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북한 책략으로 보고 대북제재 강화 등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북한이 그런 의도를 갖고 있을 수 있음을 우리 모두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대화’의 작은 싹을 피워나가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이다.
오히려 누가 남남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지금은 북한 의도를 따져 물으며 대화의 끈을 잘라버릴 만큼 한반도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때다. 그동안 안보 문제로 정치적 반사이익을 누려온 보수 정치세력 일부는 정부 공격의 빌미로 삼기 위해 ‘대북 강경론’을 부추기는 정략적 태도를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