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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비열하고 조직도 파괴한 마사회의 ‘저성과자 교육’

등록 2018-01-03 08:56

2015년 12월5일 저성과자로 지목된 마사회 직원들이 전북 장수목장에서 등에 번호표를 붙이고 말똥 치우기, 볏짚 나르기 등의 교육을 받았다. 마사회 직원 제공
2015년 12월5일 저성과자로 지목된 마사회 직원들이 전북 장수목장에서 등에 번호표를 붙이고 말똥 치우기, 볏짚 나르기 등의 교육을 받았다. 마사회 직원 제공
박근혜 정부는 2015년1월 성과연봉제 확대, 저성과자 퇴출제도 도입 검토 등의 내용을 담은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일반해고 지침’을 포함한 이른바 양대 지침 하달하고, 공공기관들에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강제했다.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했으나 힘으로 밀어붙였다.

한국마사회는 정부 방침을 매우 충실하게 따른 곳이다. 성과연봉제를 맨 먼저 확대 도입했고, 일반해고를 실행에 옮기는데 필요한 형식 절차를 밟듯 일부 직원을 ‘저성과자’라고 지목해 뽑아 교육했다. 이에 대한 농식품부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보니, 놀랍다. 개혁과는 거리가 멀고, 교육 대상자에게 모멸감을 안겨줘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만들겠다는 비열한 의도로 가득찬 교육이었음이 드러났다.

일반해고 지침은 노동법이 정한 징계해고나 정리해고가 아닌, 새로운 해고 기준을 행정지침으로 만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 적용한다는 원칙 아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대상자를 선별하고, 업무능력 향상 교육과 전환 배치 기회를 줘도 개선 여지가 없는 경우에 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런데, 마사회 사례를 보면 교육 대상자 31명 가운데 27명이 객관적인 성적과 무관하게 저성과자로 지목됐다. 직전년도 인사평가에서 최하위인 D등급을 받은 사람은 4명 뿐이었다.

마사회는 교육 대상자들에게 말 목장에서 말똥을 치우게 하고, 새벽에 인력시장을 체험하게 했다. 또 정신 병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등 직무능력 향상과는 무관하고 모멸감을 안겨주는 교육을 실시했다. 6주간의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결국 6명은 견디지 못하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한다. 저성과자 퇴출제도나 일반해고 지침이 그저 경영진에게 밉보인 사람을 쫓아내는 데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니었던 셈이다.

이런 제도는 비열하기도 하지만, 상급자에 대한 줄서기로 조직 역량을 파괴하는 부작용이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평가대상에 뺀 2016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평가에서 마사회는 C등급을 받았다. 무리한 정부 지침을 따른 곳이 마사회만은 아닐 것이다. 드러내고 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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