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7일 대표단 명단을 교환하며 9일 고위급 당국회담 대표단 구성을 완료했다. 남쪽이 대표단 명단을 전달하자 북쪽도 하루 만에 신속히 화답했다. 양쪽이 끊어진 대화의 다리를 다시 잇기 위해 착착 밑돌을 놓아가는 모습이다. 회담 대표의 격을 놓고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던 과거와 달리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이다.
통일부 장관과 차관이 동시에 대표단으로 나선 건 이례적인데,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 대표단도 남쪽과 그런대로 균형을 맞췄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회담이지만 그 문제로 한정하기엔 남북관계가 너무나 엄중하고 절박하다. 회담 입구는 평창올림픽이겠지만 출구는 지속적인 남북대화로 이어져야 한다. 통일부 중심의 이번 대표단 구성이 안정적인 남북대화의 틀을 짜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큰 산과 험한 고개가 수두룩하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 열리는 남북회담이라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매우 좁다. 우선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를 잘 풀어낸 뒤에 이산상봉, 군사회담 등으로 차근차근 확대해나가는 접근법이 좋다. 이런 때일수록 큰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대화의 불씨를 살려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남북의 대화 재개는 ‘말폭탄’을 동원한 군사 위협 외엔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외교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평창올림픽 문제를 잘 매듭지으면 남북관계를 넘어 북-미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열어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적잖이 우려스러운 건 남북의 잇단 접촉에 과도한 태클을 걸고 나서는 국내 보수층 일각의 움직임이다. 사소한 문제라도 일단 여지가 보이면 엄청난 일로 부풀리고 ‘한-미 동맹 균열’이라고 호들갑을 떤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4일 전화통화에서 ‘100% 지지’ 발언이 없었다고 트집 잡은 <조선일보> 보도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100%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과연 누가 한-미 동맹에 균열을 내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한술 더 뜬다. 남북이 얼굴을 맞대기도 전에 ‘대화를 위한 대화’로 깎아내리고, ‘평창올림픽에 한반도기가 펄럭이면 세계인의 비웃음을 살 뿐이란 우려’를 들고나온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비롯해 국제 체육행사에서 한반도기가 등장할 때마다 국제사회는 평화를 위한 남북의 노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성공적인 평창올림픽 개최에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어렵게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서야 되겠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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