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주 서울 아파트값 움직임은 가계부채 억제 대책의 성패가 달린 ‘집값 안정’을 아직 낙관하기 어렵게 한다. 민간업체인 부동산114의 조사 결과를 보면 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전주에 견줘 0.33%나 올랐다. 1월 첫째 주 상승률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기도와 인천 지역은 보합세를 보였으니 아파트값 상승세가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 지역, 그 가운데서도 중심부인 강남·송파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가파른 것은 좋지 않은 신호다. 정부가 그동안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중심부에서는 이를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그만큼 강한 것이다.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곳은 재건축 이슈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이다. 서울 재건축 단지의 새해 첫주 아파트값 상승률은 0.74%로, 정부가 지난해 8월2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가장 높았다. 매물은 적고 그럴수록 희소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해당 지역 주택 보유자,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버티면 이긴다’는 믿음이 탄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믿음을 깰 수 있게 정부가 일관되게 ‘집값 안정’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가계부채 대책은 구멍난 곳을 하나씩 메워나가는 방식으로 진척돼왔다. 지난해 8·2 대책에선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조정대상지역 안의 다주택자에겐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무겁게 물리기로 했다. 실제 법을 고쳐서, 4월부터는 해당 지역 다주택자에게 양도차익의 16~62%까지 과세한다.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선 신디티아이(DTI·총부채상환비율)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달 말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사람들이 ‘고급·고가 주택일수록 투자 가치가 더 높다’고 여기는 지금 상황은 정부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주택은 고가일수록 수익 기대감보다 부담이 더 커야 정상이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나라의 약한 보유세에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조세·재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보유세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가을에 내놓을 정부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겠다는 것인데,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정부에만 맡겨둘 일도 아니다. 사회적 합의 창출이 중요한 만큼, 국회의원들이 여러 안을 내놓고 국회에서 논의를 진척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