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둘러싼 ‘의혹’의 베일이 어느 정도 벗겨졌다.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 방한과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인터뷰 등을 통해,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오히려 과거 보수정권의 원전 수주 문제점, 보수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자유한국당의 정략적 공세가 빚어낸 ‘헛발질’로 확인되고 있다.
칼둔 청장은 9일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비서실장과 만나 ‘한-아랍에미리트 관계’를 ‘포괄적·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를 정상화했음을 보여준다. 외교·군사 문제가 얽혀 있어 정부도 속 시원하게 밝힐 수는 없겠지만, 양쪽 설명만으론 전말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아쉬움이 남는다.
양국 갈등이 이명박 정부 시절 맺은 비밀 군사협정 때문이며 여기에 군사 파병은 물론, 유사시 한국군 자동 군사개입 조항까지 관련돼 있다는 김태영 전 장관의 ‘뒤늦은 고백’은 놀랍고 충격적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예멘 내전 등 중동 분쟁에 군사적으로 연루된 국가이니 한국의 ‘자동 군사개입’은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헌법상 국회 동의 없이 추진해선 안 된다. 국민에게 진실을 감추고 몰래 협정을 맺었으니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김 전 장관은 2010년 이 문제에 대한 국회 질의에선 거짓말까지 했다. 아무리 원전 수주가 중요해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할 수 없는 행태다.
이 문제가 이렇게 커진 데엔,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연결하며 추측 보도를 한 <조선일보>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청와대가 거듭 부인했음에도 확인되지 않은 단편적 사실들을 무리하게 엮어 마치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외교 갈등이 초래된 것처럼 몰아세웠다. 언론 본연의 궤도를 이탈한 무책임한 보도 행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외교·군사 사안은 100% 내용을 다 공개하기 힘들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자유한국당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접근하며 온갖 의혹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냈다. 이명박 정권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에도, 책임을 공유하기는커녕 적반하장의 태도로 일관했다. 청와대 앞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했던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마디 사과도 없이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양새다. 말로는 국익을 외치면서도 정작 국익을 해치는 행위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 개탄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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