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진압에 대한 소방합동조사단의 11일 조사결과 발표 내용은 참담하다. 사망자가 집중 발생한 2층 사우나(여탕)에 사람이 많이 있다는 정보를 본부 상황실에서는 파악했으나 구조대에 그런 사실이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명 피해가 그렇게 커진 데엔 다른 여러 원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대가 구조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니, 소방당국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합동조사단 발표 내용을 보면, 당시 2층 여탕에서 119 상황실에 3차례 구조를 요구하는 신고 전화가 있었다. 그러나 본부 상황실에서는 이를 무선으로 전파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사용해 현장에 나가 있는 화재조사관에게 두 차례, 지휘조사팀장에게 한 차례 전파하고 말았다고 한다. 게다가 지휘조사팀장은 구조대원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소방서장이 2층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구조 지시를 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말로는 덮을 수 없는, 현장 대처의 실패다.
합동조사단은 충북소방본부장을 직위해제하고, 소방본부 상황실장과 제천소방서장, 지휘조사팀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지휘관으로서 씻을 수 없는 잘못을 범했으니 엄한 징계는 당연하다. 그런데 조사 결과를 보면, 그런 징계만으로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인력과 장비를 신속히 보충하되, 방재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무선 통신망 관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던 것이나, 소방 굴절차 조작자가 훈련이 불충분해 응급조치에 익숙하지 못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엉터리 행정’이다. 참사가 난 건물은 화재 초기 단계에서 급속히 불이 확산됐다. 그러나 이 건물은 제천소방서가 특별소방조사를 두번이나 했음에도 특별한 지적사항이 없었다고 한다. 면밀히 조사해, 부실 점검이었다면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기대는 훨씬 커졌다. 하지만 제천 화재 참사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음을 드러냈다. 행정당국의 자세와 능력도 개선되지 않고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뼈를 깎는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