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통화) 투기 대책을 놓고 정부가 혼선을 드러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는 가상통화 거래 금지 특별법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는데, 몇 시간도 안 돼 청와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런 엇박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정책이 제대로 먹혀들기 어렵게 만든다. 정부 안에서 조율이 덜 된 사안을 마치 확정된 일인 양 섣불리 말한 법무부 장관의 잘못이 크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가 투기 후유증 우려를 계속 키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제도 안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규제를 확대해가고 있지만, 거래에 뛰어드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 중개회사인 빗썸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12종의 시가총액만 500조원에 가깝다. 세계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원화 결제 비중이 20% 안팎임을 고려하면, 한국인의 보유액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세계 거래소 평균가격보다 35% 이상 높다. 투기 심리가 그만큼 강하고, 국내외 가격차를 이용한 환치기 같은 불법행위의 온상이 될 위험성도 다분하다. 가격 급등락은 더 잦아지고 있다. 거래에 뛰어든 사람들은 ‘투자의 자유’를 외치겠지만, 정부가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이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금융회사들의 거래 참여를 금지했다. 또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고,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전면 중단하도록 조처했다. 이런 조처에 이어, 거래 금지나 과세 등 더 강력한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는 도박과 같은 불법행위로 보고 단속해야 한다는 쪽이고, 일부 경제부처에선 블록체인 산업 발전 등을 고려해 신중하자는 쪽이다. 정부 대책이 신뢰를 얻고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려면, 먼저 정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 태도 명확히 해야 정책 신뢰 생긴다
거래 금지는 가장 강력한 규제책이다. 부작용이 있더라도 더 늦기 전에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생각은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 채택하기는 쉽지 않다. 거래를 금지하려면 암호화폐 거래를 사기나 도박과 같은 범죄로 규정해야 하는데, 그렇게 단정짓기 어렵다. 이득을 노리고 불법행위를 이끄는 주체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거래에 뛰어든 사람이 수백만명으로 늘어나 있는데, 거래를 금지한다면 이들은 재산권 침해로 받아들일 것이다. 중국, 러시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 각국이 암호화폐 거래를 막지 않고, 미국의 경우 선물거래까지 허용하고 있는 점도 거래 금지의 명분을 취약하게 한다.
최악의 경우 거래 금지 조처를 취할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 하지만 우선은 강력한 과세를 통해 거래 유인을 약화시키는 방안부터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 투기는 세계적 현상이다. 우리나라만의 노력으로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가능한 규제 조처를 착실히 안착시켜가면서, 국제 공조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조급함을 누르고, 끈기있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