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에도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불법적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검찰은 12일 이 전 대통령 핵심 측근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아직 수사 초기단계라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사실이라면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 그토록 안보를 외치던 ‘보수정권 10년’ 동안에 국가안보를 위한 국정원 예산을 청와대 인사들의 ‘쌈짓돈’처럼 썼다는 얘기가 아닌가.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비서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 또는 ‘금고지기’라 불린 인물이다. 김희중 전 부속실장도 이 전 대통령을 오래 보좌했다. 당시 국정원장인 원세훈씨도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승인한 특수활동비가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된 것과 닮은꼴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쪽은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예상된 반응이지만, 과연 그럴 일인가 싶다. 이번 일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해외 공작비’ 명목으로 200만달러(약 20억원)를 빼돌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수사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새로운 범죄 혐의가 튀어나왔다면, 수사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표적수사 논란’을 의식해 중대한 범죄 혐의가 나왔는데도 눈감고 그대로 덮어둔다면, 그거야말로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꼴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수사 및 그에 준하는 활동에 사용하라고 편성한 예산이다. 이런 예산이 청와대 인사들을 위한 ‘검은돈’으로 변질돼 엉뚱하게 사용됐다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누구 지시로, 어떤 경로를 거쳐 국정원 예산이 ‘청와대 뒷돈’으로 바뀐 건지 확실히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