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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검·경·국정원 개혁, 결국 국회 입법이 핵심이다

등록 2018-01-14 18:18수정 2018-01-14 19:01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제를 마친 시민들이 509호실에서 헌화·추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제를 마친 시민들이 509호실에서 헌화·추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청와대가 14일 경찰·검찰·국정원 구조개혁안을 발표한 건, 권력기관 개혁의 종합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흡하거나 보완할 내용이 있고, 실제 실현 가능할지 우려되는 부분도 눈에 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이런 방향으로 권력기관을 재편하겠다는 건 긍정적이다. 문제는, 개혁안이 현실화하려면 국회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게 쉽게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이번 개혁안에서 주목받는 건 ‘힘을 빼기’보다 오히려 권한을 키운 경찰이다. 경찰은 검찰로부터 일반 사건 수사권을 넘겨받고, 국정원으로부터는 대공수사권을 이양받게 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찰 비대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수사경찰과 행정경찰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뿌리 깊은 경찰 불신을 해소하긴 어렵다. 영화 <1987>이 다룬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경찰 폭력’ 때문이었다. 그걸 단지 ‘30년 전 과거’라고만 치부할 순 없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숨지고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국민이 의심하는 건, 아직 경찰이 ‘신뢰를 받는 수사기관’으로 정립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경찰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과 외부 감시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검찰 수사권 분산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는 당연하고 시급한 일이다. 청와대는 경제·금융 등 특별수사에 한해선 부분적으로 검찰 수사권을 존속시키기로 했다. 고위공직자 수사는 공수처로 넘기고 일반 수사권은 경찰로 넘겼으니, 무소불위였던 검찰의 힘이 약해지는 건 맞다. 하지만 공수처법 입법이 계속 늦어지면 특별수사 기능을 바탕으로 검찰이 다시 권한 확대를 꾀할지 모른다는 우려엔 귀 기울여야 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및 국내 정보수집 권한 폐지는 잘한 일이다.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 일부 야당과 보수 언론은 ‘간첩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며 맹비난한다. 그러나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갖는 건 세계 추세와 맞지 않을뿐더러 인권침해 및 월권 행위를 방치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수사 효율만 따지는 ‘간첩수사 관행’이 바로 고문을 묵인하고 수많은 조작 사건을 합리화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남북 간 경제력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상황에서, ‘빨갱이 잡는 걸 방해하면 모두 빨갱이’라는 식의 사고를 대공 수사기관에 주문하는 건 시대착오다.

‘대공수사권 이관’ 흔들리지 말아야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국회 입법을 통한 제도화다. 공수처법과 국정원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됐으나 야당 반대로 언제 본회의를 통과할지 알 수 없다. 경찰의 외부 감시를 강화하려면 경찰법을 바꿔야 한다. 입법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개혁안도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검·경·국정원 개혁은 정략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권력기관 사유화를 지켜봤고, 그래서 그런 대통령을 퇴진시킨 ‘촛불 시민’의 요구이자 시대적 과제다. 국회는 권력기관 개혁 법안을 빨리 심의해서 입법하는 게 국민 염원에 부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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