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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납품업체에 총수 아들 몫까지 뜯어낸 하이트진로

등록 2018-01-15 17:36수정 2018-01-15 20:39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 아들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하이트진로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79억5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15일 밝혔다.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 등 3명과 법인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제재를 결정한 내막을 보면 그 파렴치함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거래 관계에서 약자의 처지에 있는 납품 중소기업을 등쳐서 회장 아들이 지배하는 회사가 돈을 벌게 해줬다. 2007년까지 연간 매출이 150억원 안팎에 불과하던 회사를 그런 식으로 키워 몇년 만에 그룹을 지배하는 회사로 바꾸고 경영권을 사실상 아들에게 넘기는 마술까지 부렸다니, 허탈감을 감추기 어렵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용 공캔을 공급하던 삼광글라스와의 거래에서 박태영씨가 최대 주주인 서영이앤티란 회사를 중간에 끼워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챙기게 해줬다. 서영이앤티는 생맥주 기기를 제조해 하이트진로에 납품하던 중소기업으로 2007년 말 박태영씨가 지분 73%를 인수한 회사다. 하이트진로는 2008년 4월부터 과장급 인력 2명을 서영이앤티에 파견해 급여 일부를 지원하고, 공캔 1개당 2원씩 통행세를 받게 해줬다. 이렇게 2012년 말까지 통행세를 받는 동안 서영이앤티 매출액은 800억원대로 뛰었고, 공캔 통행세로만 56억원을 벌었다. 조직폭력배가 자릿세를 뜯어내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수법이 들킬 위험이 있다고 보고, 2013년부터는 삼광글라스가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 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넣어 통행세를 벌 수 있게 해줬다. 그 뒤에는 공캔과는 관련도 없는 밀폐용기 뚜껑 구매에서까지 통행세를 챙기게 했다. 서영이앤티가 맥주 공캔 시장과 밀폐용기 뚜껑 공급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니, 얼마나 노골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박문덕 회장의 지분 증여와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거쳐, 현재 서영이앤티는 지주회사 격인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갖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 있는 셈이다. 계열사 부당 지원과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로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를 사실상 달성한 것이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하지만 돈은 회사가 낸다. 불법행위로 이득을 본 사람은 그리 아플 것 같지 않다. 형사처벌이라도 엄하게 해야 경계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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