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017년 6월20일 인천시 서구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두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권인원 부원장이 12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간담회에 참석해 “현재 부당대출 의혹 등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회추위 일정을 2~3주 정도 미뤄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15일 공문을 보내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회추위는 15일 후보자 면접을 강행했고 16일 김정태 회장을 포함한 최종 후보군 3명을 선정했다. 22일 차기 회장 후보 1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금융당국이 금감원 검사를 이유로 유력 후보인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막으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관치 금융’의 구태라고 주장한다. 원칙적으로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금융당국이 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금감원 검사를 무시하고 회장 선출 절차를 서두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하나금융 노조는 지난해 말 김 회장이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며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했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가 선정한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최순실씨의 전남편 정윤회씨 동생이 한때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노조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15년 아이카이스트에 20억2000만원을 대출해줬다가 8억5700만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하나금융은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돼 당시 해명이 끝난 사안이라고 반박한다. 만약 문제가 없다면 하나금융이 금감원 검사에 과민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다. 회장을 선출하는 주주총회까지 아직 두달 이상 시간이 남아 있다. 김 회장의 연임이 확정된 2015년 주총은 3월27일에 열렸다. 이번 회장 선임 절차는 2015년보다 한달가량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나금융이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김 회장의 3연임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말끔히 정리한 뒤 회장 선출 절차를 진행하는 게 순리다. 회장으로 선출된 뒤 금융회사 임원 자격을 상실할 수 있는 법적 문제가 드러난다면 경영 공백 등 큰 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9년 ‘케이비(KB)금융 사태’나 2010년 ‘신한금융 사태’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금감원 검사 또한 공명정대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김 회장의 3연임 밀어붙이기에 부정적 입장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누구나 검사 결과를 수긍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신속하게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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