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지도부를 각각 청와대에서 만나는 것은 그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민주노총까지 포함하면 길게는 20년, 짧게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지 2년 만에 노-정 관계가 비로소 정상의 길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이 민주노총과 따로 만나는 것은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재계와 대통령의 만남은 당연시하면서 노동계와의 만남은 외면해오던 지난 10여년의 잘못된 관행은 이젠 사라져야 한다.
이번 만남이 ‘상징’을 넘어 실질적으로 사회적 대화 틀의 복원까지 이어질지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비정규직 문제, 소득 양극화 등 노동 관련 사안이 자본가-노동자 사이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의제가 된 지 오래다. 당장 최저임금 산입 범위 문제, 노동시간 단축 및 휴일근로수당 논란 같은 현안도 어느 일방의 주도로 풀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노동계 모두 절박성엔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올해를 사회적 대화 복원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고, 지난해부터 사회적 대화 뜻을 밝혀온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 김명환 새 위원장도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대화’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해왔다. 얼마 전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24일 노사정 6자 대표자회의 첫 만남을 제안하며 “의견을 모아준다면 사회적 대화 기구의 위원 구성, 의제, 운영방식, 명칭까지 그 어떤 개편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고무적이다.
민주노총은 24일 자리엔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도 추후 참여 가능성을 열어놨는데, 정부가 기존 노사정위 틀을 고집하지 않는 만큼 전향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사회적 대화가 노동계의 일방적 양보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뿌리 깊은 불신을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그럴수록 테이블에 앉아 진의를 확인하고 동등하게 논의를 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청와대와 여당 또한 사회적 대화 기구 복원에만 조급증을 낼 일이 아니다. 18일 더불어민주당과의 간담회에서 민주노총 쪽이 제기했듯, 근로기준법 개정 처리 문제 등을 정부와 여당이 강행하려 한다면 대화 요구의 진정성마저 의심받을 것이다. 노조 할 권리 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선, 산별교섭 제도화 등 노동계의 요구사항 역시 사회적 대화만큼이나 급박한 과제라는 사실 또한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