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올해부터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에 부과될 부담금 예상액이 21일 공개됐다. 국토교통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조합원 1인당 평균 4억4천만원, 최고 8억4천만원, 최저 1억6천만원으로 나왔다. 강남 4구를 제외한 서울 지역은 평균 1억5천만원, 최고 2억5천만원, 최저 100만원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원 1인당 개발이익이 3천만원을 넘으면 10~50%를 환수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정비기금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개발이익의 독점을 막기 위해 법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2014년까지 2년간 유예했고 박근혜 정부가 다시 2017년까지 3년 더 유예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추가 유예를 담은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재건축 시장 안정이 필요하다”는 여야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폐기됐다. 이미 오래전부터 부활이 예정된 제도를 두고 최근 강남 아파트값 급등에 대한 정부의 ‘충격 요법’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해당 아파트들의 재건축 부담금은 올해 5월께 예정액이 통보되고 준공 시점인 2021~2022년쯤 부과된다. 국토부는 부담금 예상액을 공개하면서 “재건축 종료 뒤 입주 시점의 가격과 집값 상승률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적용한 게 이 정도 금액”이라며 “앞으로 집값이 더 많이 오르면 부담금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과열된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재건축조합과 부동산업자들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부담금 액수에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그동안 이들은 “부담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주민들을 설득해 초고층 신축을 추진해왔고 재건축 아파트 투기를 부추겼다.
수억원대의 부담금은 역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에 거품이 많이 끼여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예로 부담금이 8억4천만원이라는 것은 개발이익이 16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강북 아파트(한국감정원 발표 지난해 12월 기준 평균가격 4억4천만원) 4채 값에 이른다. ‘비정상’이 아닐 수 없다. 낙후된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의 재건축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판’으로 변질된 것이다.
다만, 투기와 관계없이 수십년 살면서 아파트 1채를 보유한 노년층 실거주자들도 있다. 부담금 납부가 무리일 수 있다.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보완책 마련에도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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