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겠다고 24일 밝혔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아베 총리 말대로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다. 멀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많은 국가원수가 참석하는데 이웃나라인 일본 총리가 불참한다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 또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국으로 올림픽 분위기를 이어받아야 하는 실질적 이해관계도 있다.
오히려 지난 연말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 발표에 불만을 표시하며 이를 자신의 평창 개막식 참석과 연계하려는 태도를 보인 게 옳지 않았다고 본다. 아베 총리는 이번에 올림픽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 입장을 확실히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산케이신문> 인터뷰를 통해선 소녀상 철거도 요구하겠다고 했다.
‘이전 정부 합의내용을 지키라’는 일본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또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그런 주장을 펴는 게 놀라운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의 방한이자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앞두고 마치 ‘불만부터 따지겠다’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웃나라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이다.
아베 총리의 방한이 이뤄지면, 문재인 정부 들어 일본 총리의 첫 방한이다. 또한 2015년 11월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2년여 만의 일본 총리 방한이다. 지난해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제대로 진행되질 않았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주된 원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태스크포스가 밝혔듯, ‘위안부 문제’는 단기간의 외교 협상으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외교 사안이 아닌, 인류 보편의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장기적 안목을 갖고 이견을 풀어나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위안부 문제를 안보·경제 등 다른 현안과 분리하는 게 합당할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한-일 관계 전반에 모두 결부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박근혜 정부에서 익히 본 바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그런 과오를 되풀이할 이유도, 필요도, 시간도 없다. 아베 총리 방한을 계기로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한편, 투트랙으로 한-일 관계를 진전시키는 성숙하고 실효성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