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호남 중진의원 등이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민주평화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조배숙 창당준비위원장과 참석자들이 두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권노갑 전 의원, 조 위원장,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장병완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를 중심으로 한 민주평화당(민평당) 창당추진위원회가 28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공식적인 창당 절차에 들어갔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대표는 이날 오후 곧바로 당무위원회를 열어 신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의원 등 179명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를 강행했다. 분당이 되돌릴 수 없는 실행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의 정치실험이 반목과 대립이라는 구태정치로 끝을 맺는 형국이다.
이날 창당 발기인대회를 연 신당 추진위원회에는 현역 의원 1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창당 취지문에서 “보수 야합에 반대하는 개혁주도 민생제일 정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상당수 호남 출신 의원들과 동교동계 인사들이 참여했는데, 자칫 신당이 호남 지역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햇볕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유승민 의원과의 합당에 반발해 당을 떠나는 것이라고 하지만, 신당 인사들이 지역구도에 기대어 각자도생하려 한다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통합 반대파를 “정치적 패륜행위” “지역을 볼모로 생존해보려는 구시대 정치”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대규모 징계를 밀어붙인 것 역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 무엇보다 바른정당과의 합당은 총선 민의와 배치된다.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햇볕정책을 지지하며 합리적 개혁 노선을 내세운 국민의당에 표를 준 것이지, 대북 대결 정책과 중도보수 노선을 지지한 게 아니다. 안 대표가 명분이 취약한 통합을 강행하고 이탈파를 대거 징계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은 그가 애초 내세운 새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안 대표 입장에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하겠지만, 정치를 하면 할수록 대결과 반목, 비타협과 독선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안 대표의 지금 모습은 정치게임에만 몰두하는 구태 정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 대표는 애초 정치를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이전투구 끝에 ‘진흙탕 이혼’ 절차에 들어간 국민의당 내분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제라도 양쪽은 서로에게 독재자 낙인을 찍고 배신자 딱지를 붙이는 이전투구를 그만둬야 한다. 함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서로를 깎아내리는 마이너스 정치를 할 게 아니라 ‘질서 있는 이별’을 모색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