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정부 비판 게시물을 작성한 인터넷 아이디를 대량 수집해 관리했다고 <한겨레21> 최신호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사이버사는 2010년 1월 창설 직후부터 작전명 ‘레드펜’이란 이름으로 심리전단 아래 20명 안팎의 검색팀과 리스트 관리담당을 두고 온라인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관리 대상 아이디는 수천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사실이라면 단순히 댓글을 다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군이 대놓고 민간에 총구를 겨눈 것이나 마찬가지의 심각한 헌정유린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사이버사는 애초 북한과 종북세력을 대상으로 작전을 편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나 박원순 서울시장, 가수 이효리씨 등이 포함됐다는 걸 보면 새빨간 거짓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2008년 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이후부터 정부비판 여론을 주도하는 아이디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는 군 관계자 증언을 보면 ‘대북’ 작전이 아니라 대국민 여론전을 목표로 했음을 알 수 있다.
검색 요원들은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는 물론 정부에 비판적인 누리꾼들이 모여들던 ‘오늘의 유머’나 ‘82쿡’ 등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비판글을 갈무리해 심리전단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면 별도의 담당자 2명이 글 작성자 성향을 파악한 뒤 아이디를 수집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했다는 것이다. 단장은 리스트를 운영대로 넘겨 추적·관찰하고 이들이 게시물을 올리면 대응 댓글을 다는 등 작전도 펼쳤다고 한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느냐”고 추궁하며 국정원장을 경질하는 등 정권 반대세력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원세훈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온라인 댓글 공작을 본격화한 것도 이 무렵부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온라인 작전이 이 전 대통령 의사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석방되고 김태효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불기소되면서 검찰의 사이버사 댓글공작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이나 실소유 의혹 등 개인 비리 이상으로, 군과 국정원의 댓글공작이나 블랙리스트를 이용한 문화예술·언론 탄압, 정치공작 의혹 등은 엄중한 국기문란 사안이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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