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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반사회적 채용비리’, 민간기업에서도 근절해야

등록 2018-01-29 18:34수정 2018-01-30 09:37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한겨레>의 강원랜드 보도와 감사원의 공공기관 감사로 충격적인 채용비리 실태가 드러나자 정부는 10월 중앙과 지방의 공공기관·유관단체 1190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금수저-흙수저 사회’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채용비리에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190곳 중 한국수출입은행·서울대병원·서울디자인재단 등 부정채용 지시·청탁이나 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혐의가 드러난 68곳을 수사 의뢰했고, 채용비리 개연성이 있는 162곳에 대해서는 징계·문책을 요구했다. 또 공공기관장 8명에 대해 즉시 해임을 추진하고, 임직원 266명은 일단 업무에서 배제한 뒤 검찰이 기소하면 퇴출하기로 했다. 채용비리에 대한 일벌백계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들 기관은 채용 과정에서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했다. 고위인사의 지시로 처음부터 합격자를 내정한 뒤 채용절차는 형식적으로 진행했고, 특정인을 뽑기 위해 합격자 수를 늘렸고, 채용절차가 끝난 뒤 인사위원회를 다시 열어 불합격자를 합격자로 둔갑시켰다. 한마디로 ‘아사리판’이었다.

공공기관은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고용이 안정되고 고임금을 받는 공공기관은 청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이 꿈의 직장이 힘 있는 자들의 먹잇감이 돼버렸다. ‘빽’이 없는 흙수저 청년들은 자신들이 금수저의 들러리 노릇을 한 줄도 모르고 능력 부족을 한탄하며 낙담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부정 합격자를 퇴출하고 앞으로 5년간 공공기관 지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조처다. 채용비리에는 ‘무관용의 원칙’ 외에는 답이 없다. 정부는 또 합격자가 불합격자로 뒤바뀐 경우 원칙적으로 구제하기로 했다. 말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적극적으로 전후 사정을 살펴 최대한 피해를 회복시켜줘야 한다. 땀 흘려 노력했는데도 ‘빽’에 밀려 탈락했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있겠는가.

채용비리는 비단 공공기관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외압에 취약한 민간기업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26일 발표한 은행 채용비리 현장검사 결과를 보면, 전직 행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도 11개 은행 중 5곳에서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났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직접 관여하기는 어렵겠지만, 블라인드 채용 도입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상징하는 ‘반사회적 범죄’다. 청년 실업이 사상 최악인 지금, 수십만 취업준비생들은 채용비리 소식을 접할 때마다 배신감에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채용비리를 뿌리 뽑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특별점검을 ‘공정한 채용 문화’ 정착을 위한 첫걸음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관련 기사 : 공공기관 부정합격자 300명 퇴출하고 피해자는 구제한다

▶ 관련 기사 : 공공기관·단체 채용비리 임직원 266명 퇴출…8개 공공기관장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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