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축하하기 위한 남북 합동문화행사가 열리는 금강산 공연장을 사전점검 하기 위해 지난 23일 방북한 남쪽 선발대가 금강산 문화회관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평창올림픽을 맞아 남북이 2월4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했던 합동문화공연을 29일 북쪽이 취소하겠다고 일방통보했다. 표면적 이유는 “남쪽 언론들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쪽이 취하고 있는 진정 어린 조치들을 모독”하고, “북쪽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언급한 ‘내부 경축행사’는 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8일 북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을 말한다.
매우 유감스럽다. 북한 지적대로 평창올림픽을 통한 남북화해 분위기에 불만을 품은 듯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남쪽 언론의 보도 태도에 문제가 없진 않다. 북한 당국이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민간 언론보도를 이유로 행사를 취소하겠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남북 간 합의사항은 언론과의 약속이 아니며, 남한 정부가 언론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권한도 없다. 오히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지만, 남한 정부는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다. 또 건군절 열병식이 평창올림픽과 관련없는 북한 내부행사라 하더라도, 열병식에 유엔 제재 원인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 대거 등장하는 것에 대해 남쪽 언론들이 지적하는 것은 일리있는 일이다.
이처럼 북한이 내세우는 철회 이유가 쉽사리 납득이 안 되기에 실제론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금강산 공연을 위한 정부의 경유 반출이 대북 제재 논란을 일으키는 것에 대한 불만, 3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공연에 대한 부담 등이 거론된다. 북한이 임박한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 없이 금강산 합동공연만 취소한 것에도 이런 다양한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대화 진행 과정에서 툭툭 불거지는 북한의 이해하기 힘든 태도는 북한을 이해하려 애쓰면서 남북대화에 우호적인 남쪽 여론까지 싸늘하게 만들 수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 과정에서 보았듯, 북한에 대한 남쪽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나 열망도 예전 같지 않다. 북쪽은 상호 존중과 신뢰를 우선하는 자세로 남북대화에 임해주길 바란다.
남쪽은 문제가 더 확대되거나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북한의 문화공연 취소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 남북이 오랜만에 만나기에, 마찰이 있는 게 당연하고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게 정상적이다. 갈등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기보단 포용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북관계를 훼방 놓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일부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인들의 자제를 당부한다. 행여 남북관계 악화가 보수층 결집 등 정치적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