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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이재용의 위기’였을 뿐 ‘삼성의 위기’는 아니었다

등록 2018-01-31 19:06수정 2018-01-31 19:37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경영실적’을 31일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12월 매출 65조9800억원, 영업이익 15조1500억원을 올리며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로는 매출이 240조원에 육박했고, 영업이익은 53조6500억원을 기록하며 50조원을 돌파했다. ‘실적 신기원’을 연 것이다. 설비투자도 43조4천억원을 집행했다.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유례없는 호황에 힘입은 바 크지만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이 바탕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일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영실적 공시와 함께 ‘50 대 1의 주식 액면분할’ 결정을 발표했다. 주식 1주당 액면가격이 5천원에서 100원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발행주식 수가 50배로 늘어나게 돼 249만5천원(31일 종가 기준)짜리 1주가 4만9900원짜리 50주로 바뀐다. 삼성전자가 주식 액면분할을 단행한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특히 기업들이 통상 액면분할을 ‘10 대 1’ 방식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50 대 1’은 파격적이다. 삼성전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돼 주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주식 배당 규모도 애초 지난해 계획했던 4조8천억원에서 5조8천억원으로 늘렸다. ‘주주 친화적 경영’이라 할 수 있다. 더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하고 기업 이익을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눠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박영수 특검팀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삼성은 “투자와 인사 등 경영 활동이 올스톱 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항변했다. 보수언론은 “한국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한술 더 떴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삼성이 미국에서 ‘해외 부패 방지법’에 따라 ‘비리 기업’으로 낙인찍혀 수출면허 박탈, 공공입찰 금지, 증권거래 정지 등의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모두 억지거나 부풀려진 주장이었음이 드러났다. 한마디로 ‘이재용 구하기’를 위한 무리수였다.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유죄를 선고받은 혐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주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삿돈을 횡령한 것이다. 자신의 후계 승계를 위한 개인 비리로, ‘기업 삼성’과는 관련이 없다. 총수와 기업을 동일시하는 시대착오적 주장이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삼성이 겪은 여러 위기는 기업 경쟁력보다는 지배구조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재벌들에 지난해 연말까지를 ‘자발적 개혁’의 시한으로 제시했다. 일부 재벌이 부분적으로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삼성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투명한 경영,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지배구조를 이번에도 만들지 못한다면 삼성은 ‘진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 관련 기사 : 삼성전자 50대 1 액면분할…“이재용 부회장 2심 선고 앞 준비된 카드”

▶ 관련 기사 : 삼성전자 영업이익 사상 첫 50조 돌파…작년 53조65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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