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오른쪽) 국무장관이 지난해 9월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롯데팰리스 호텔에서 한·미·일 정상 업무오찬 전 귀속말을 하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친과 함께 오겠다고 5일(현지시각) 밝혔다. 또 한국에서 탈북자들과도 만난다고 한다. 미 언론 보도를 보면,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을 축하하러 오는 게 아니라, ‘대북 압박’과 ‘북한이 올림픽 메시지를 납치(hijacking)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위해 방한하는 것 같다.
이런 태도는 올림픽 정신에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개최국인 한국에 매우 무례한 행동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역시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 단일팀 성사에 힘을 쏟았다. 북한은 예술단과 응원단도 보낸다. 북한 입장에선 이번 기회를 활용해 자신의 체제가 굳건하다는 걸 알리고 싶을 테고, 꽉 막힌 국제사회와 소통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한국과 미국의 어느 누가 북한 선전공세에 혹하겠는가.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고, 북한 실상을 전세계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만 북한이 남쪽에서 활개 치면 올림픽이 온통 북한 차지가 될까봐 지레 겁먹고 야단법석을 벌이는 듯하다. 올림픽을 주최하는 한국민을 얼마나 얕잡아 보면 이럴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북한 인권문제는 심각한 사안이고, 웜비어 억류와 사망에 대해선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얼마든지 북한에 항의할 수 있다. 변명할 여지 없이 명백히 북한이 잘못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일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남의 나라 행사에 와서 손님에게 시비를 걸려는 모양새는, 행사를 주최한 쪽을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올림픽 정신과도 어긋난다. 미국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외교적 노력을 하는 등 세계 강국에 걸맞은 여유로운 풍모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