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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고등군사법원 폐지, ‘군 인권’ 위해 바람직하다

등록 2018-02-12 18:35수정 2018-02-12 22:37

고등군사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고등군사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국방부가 군 지휘관의 부당한 재판 및 사건 개입을 금지하고 영창제도를 없애는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 군 사법개혁안을 12일 내놨다. ‘안보’를 이유로 사실상 사법과 행정이 통합되어 있던 군 사법체계를 상당 부분 바꿀 수 있는 내용으로 평가한다. 흔들림 없는 실행과 인식 개혁이 과제다.

먼저 평시 군인들의 항소심을 맡던 고등군사법원을 없애고 민간법원이 맡는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는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현재 군사법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정도인데, 미국도 2심부터는 민간 군판사가 맡는다. 1심 보통군사법원은 유지하지만, 앞으로는 국방부 직속 5개 지역군사법원으로 통합해 운용할 예정이다. 법원장은 민간 법조인이 맡는다. 지휘관의 확인조치권과 구속영장 청구 승인권 폐지는 상관의 재판·사건 개입 여지를 차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군사법원은 ‘군사재판을 관할하는 특별법원’과 ‘준전시상황’이란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법 위의 기구처럼 운용돼 왔다. 재판의 본질은 독립이다. 하지만 군 지휘관이 군 행정뿐 아니라 사법에 대해서도 막강한 권한을 갖는 체계에선 군 내부의 폭행 등 범행에 대한 처벌도 신고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다. 군 검찰과 재판부가 법조 경험이 거의 없거나,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제 식구 봐주기’라는 비판과 불신이 컸던 이유다. 2014년 윤 일병 폭행 사건이나 지난해 박찬주 대장 공관 ‘갑질’ 사건 등은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군사재판 대상자 중 정작 군형법 위반자는 15% 정도이고 나머지는 일반 형사범이라 군사법원 제도가 과연 필요하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재판·수사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했다지만 평시 군사법원 제도를 남겨놓은 이번 방안을 두고, 국방부의 개혁 의지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 때도 비슷한 군 사법개혁안이 추진됐으나 유야무야된 바 있다. 이런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국방부는 개혁 실행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법 개정 사안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영창제 폐지의 대안으로 제시한 군기교육제도 역시 인권침해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군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할 때 진정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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