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4월20일 백악관에서 한국 등 수입산 철강이 미국 안보를 침해하는지를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한 뒤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16일(현지시각)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조사를 통해, 미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대상으로 지목한 12개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미 상무부는 국가 핵심 기반시설 유지에 필요한 철강을 자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과도한 철강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3가지 수입규제 방안 중에 중국, 한국 등 12개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53% 관세 부과를 제시했다. 미국에 철강을 많이 수출하는 국가인 캐나다, 일본, 독일 등은 제외됐다. 미국이 선정 기준을 밝히지 않아, 산업통상자원부가 “대미 수출이 많으면서 (값싼) 중국산 철강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이 포함된 것 같다”고 자체 분석할 뿐이다.
최근 미국이 보여주는 ‘무역 압박’ 행태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국을 진정 ‘동맹’으로 여기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최고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일종의 보복 관세인 호혜세 부과 방침을 언급하면서 한국·중국·일본을 지목해 “이들 나라는 25년간 미국에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13일 백악관 공정무역 간담회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지엠(GM)의 군산공장 폐쇄 방침에는 “지엠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온다”는 확인도 안 된 말을 내뱉으며 환영하는 목소리까지 냈다. 지엠의 공장 폐쇄로 시름에 빠진 동맹국 정부와 일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르는 노동자들의 입장은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틈날 때마다 제조업 중심의 한-미 무역역조 공격에 열을 올리지만, 서비스수지 부문에서 미국의 흑자가 훨씬 크다는 점은 무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국 입장은 안중에도 없이 막말을 내뱉는 오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전쟁을 함께 치른 한국과 미국은 때때로 ‘혈맹’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금도 북핵 등 한반도 문제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한-미 관계는 절대적이다. 양국은 안보·경제의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백번을 양보해 한-미 무역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같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할 일이다. 이를 원색적 용어를 써가며 대놓고 떠드는 건 도대체 무엇을 원하기 때문인가. 이러고도 ‘동맹’이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