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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정상회담 서두르진 말되, 이젠 주도적 역할 나서야

등록 2018-02-18 17:46수정 2018-02-18 19:03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란 속담을 인용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추진하자는 얘기일 것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북한을 향한 메시지도 담겨 있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평창 동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평창 동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예상을 넘어선 북한의 적극적이고 대담한 제안에 국내에선 금방이라도 정상회담이 열릴 것만 같은 기대감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벌써 북한에 파견할 대북특사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등 ‘진도’가 빠르게 나가고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도 보인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은 여전히 신경전만 벌이고 있으니 아직 정상회담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보긴 어려운 형편이다. 기대치가 높다고 급하게 가속페달 밟다가 갑자기 장애물을 만나면 더욱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과속’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충분히 타당한 지적이다.

그렇다고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우리 정부가 손 놓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선,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더욱 적극적이고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다행히 미국 정부에서도 조금씩 대화 쪽으로 다가서는 모습이 감지돼 기대를 갖게 한다.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기울이고 있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중국, 일본과의 접촉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북한을 향해서도 북-미 대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 없으면 정상회담이 쉽지 않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은 성과가 담보돼야 하며,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속도 조절론’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은 어렵게 지펴낸 ‘평화의 불씨’를 되살리려면 북-미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좀 더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대화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할 시기다. 필요하면 양쪽 이견을 조율해내고 간접 대화도 끌어내야 한다. ‘북-미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논의’라는 큰 방향성을 제시하며 국제사회의 중심을 잡는 ‘평화 내비게이터’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렇게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국제적 여건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반도 운전자’로서의 문 대통령의 위상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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