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강용주씨에게 21일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보안관찰 처분을 남발해 인권을 침해해온 법무부의 관행에 제동을 건, 당연한 판결이다.
유신시대의 사회안전법 후신으로 1989년 탄생한 보안관찰법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3년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을 보안관찰 처분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2년마다 갱신 여부를 결정하는데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죽을 때까지 보안관찰 망령이 따라다닐 수 있다. 보안관찰 처분을 받으면 3개월마다 일거수일투족을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거주지를 열흘 이상 떠날 경우에는 누구와 어디를 갔는지, 목적이 뭔지를 상세히 알려야 한다. 형을 마치고 나온 뒤에도 감옥 아닌 감옥에 속박돼 살도록 하는 명백한 ‘이중처벌’이다.
5공화국 시절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잡혀가 14년을 복역한 강용주씨는 이 법에 따라 18년 넘게 보안관찰을 받아왔다. ‘조작간첩’ 사건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는 활동을 한 것조차 보안관찰 갱신 사유가 됐다. 강씨는 이런 시대착오적인 법에 맞서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방식의 불복종 투쟁을 벌여왔다.
이번에 법원은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보안관찰법 자체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우리 헌법 정신에 비추어볼 때 보안관찰법은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출판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보안관찰법을 반대하는 주장을 폈다는 이유로 보안관찰 처분 대상이 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일이 그동안 반복돼왔다. 국제사회는 여러 차례 이 법을 없애라고 촉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보안관찰법의 폐지·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이 낡은 법이 더는 인권과 자유를 해칠 수 없도록 역사의 뒤편으로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