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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한발 물러선 GM, 이젠 책임 있는 ‘자구책’ 내놔야

등록 2018-02-23 18:52수정 2018-02-24 15:01

그래픽 / 김승미
그래픽 / 김승미
미국 지엠(GM) 본사가 23일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한국지엠에 빌려준 돈 7천억원의 회수를 일단 유보했다. 또 대출금 만기 연장의 조건으로 요구한 부평공장 담보 설정도 철회했다. 당연한 결정이다.

지엠은 2012~2016년 한국지엠에 4.8~5.3%의 고금리로 2조9700억원의 자금을 빌려줬다. 지엠은 이 중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4천억원을 회수했고 이달 말까지 7천억원을 회수하려 했다.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본사의 경영 실패로 자금난에 빠진 한국지엠에 대주주로서 자금 지원을 해줘도 모자랄 판인데 되레 돈을 빼내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엠은 여기에 더해 만기 연장의 조건으로 부평공장에 대한 담보 설정을 요구했다. 부평공장 터는 공시지가만 1조원이 넘고 시가는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생산설비까지 합치면 전체 가치는 3조원에 육박한다. 대출금을 모두 회수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만약 한국지엠이 파산하면 지엠은 담보로 잡은 부평공장을 매각하고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17%)은 담보 설정 안건이 주주총회에 올라오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지엠의 정관상 담보 설정은 85%의 찬성이 필요해 산은이 거부하면 불가능해진다.

지엠이 한편에선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를 명분으로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대출금 회수 방안을 궁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원 방안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돈을 챙겨 한국을 떠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먹튀 수법’이다.

지엠이 대출금 회수와 담보 설정 문제에서 한발 물러섰다고 해서 경영 정상화 의지의 진정성이 확인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이날 이사회에서 산은 쪽 이사들이 “한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고 싶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지엠이 보다 확실하게 만기 연장 결정을 하고 높은 수준의 이자율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지엠은 확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엠의 그동안 행태에 비춰볼 때 언제 또다시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지역 경제를 볼모로 무리한 요구를 할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 정부와 지엠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엠 본사의 배리 엥글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22일 고형근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잇따라 만났다. 우리 정부는 지엠에 대주주로서의 책임 있는 역할, 구조조정 원칙에 따른 주주·채권자·노동조합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당장의 어려움을 넘기기 위한 응급처치가 아닌 지속가능한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이라는 3대 원칙을 전달했다.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이 원칙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한국지엠 노조도 20일 지엠의 책임 있는 자구책을 전제로 고통 분담을 약속한 바 있다.

이제 지엠이 답을 내놓을 차례다. 책임 있는 정상화 방안 제시가 한국지엠 회생의 첫단추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관련 기사 : GM ‘한국 압박 카드’ 임시 보류…협상 신호?

▶ 관련 기사 : GM ‘화전민식 경영’ 16년…1만6천명 노동자 가슴엔 피멍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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