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의 막무가내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김 부위원장 일행의 평창행을 막겠다며 1박2일 밤샘 농성을 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이적행위” “연방제 통일 추진” 등등 마구잡이 색깔론을 서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무성 의원 등은 24일 오후부터 경기 파주 통일대교 들머리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25일 오전에는 홍준표 대표 등 의원 수십명이 가세해 차량을 동원한 ‘육탄 저지’에 나섰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통일대교 동쪽 우회로를 통해 서울로 들어왔다. 자유한국당은 26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규탄대회까지 계획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 부위원장 방남을 비판하는 것은 과거 입장을 뒤집는 ‘내로남불’에 해당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비판 행태가 제1야당의 수준을 의심하게 할 정도라는 점이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종북 주사파 참모들이 국정을 농단하며 반대한민국적 이적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북한이 보낸 대표단을 맞은 게 ‘이적행위’이고 ‘주사파의 농단’이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남북연방제 통일을 시험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가 불가결한 의제가 될 것이고, 국가보안법은 폐지로 갈 것”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수준이다. 자유한국당 처지가 옹색해서 어떻게든 정부 여당과 각을 세워보겠다는 것일 테지만, 참으로 딱하기 짝이 없다.
제1야당이 국가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사안을 이렇게 무책임하고 가벼운 언동으로 다뤄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언제까지 극우의 길로만 빠져들 것인가. 몰락한 보수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