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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정의용·서훈 특사, 한반도 정세전환 첫단추 끼우길

등록 2018-03-04 18:27수정 2018-03-04 18:51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참여한 대북특별사절단(특사단)이 5일과 6일 북한을 방문한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외에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윤건영 국정상황실장도 동행한다. 특사단의 의미는 북한이 김여정 특사를 보낸 데 대한 단순한 답방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두껍게 얼어붙은 ‘한반도 빙벽’을 녹여내고 평화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는 중차대한 임무가 자신들의 어깨 위에 드리워져 있음을 특사단 모두 깊이 새겨야 한다.

대북 특별사절단으로 나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대북 특별사절단으로 나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이 동시에 특사단으로 나설 줄은 전문가들도 미처 예견하지 못했다. 장관급 2명 이상이 동시에 대북특사로 나선 전례도 없다. 그만큼 이번 특사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기대가 크다는 걸 보여준다. 남북대화 경험이 풍부한 서훈 국정원장에 더해 미국 안보라인과 호흡을 맞춰온 정의용 안보실장이 수석으로 나섬에 따라 남북 협상을 진행하면서 미국과 긴밀히 조율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사절단의 핵심 임무가 ‘남북대화를 통한 북-미 대화 중재’라는 점에 비춰 보면 매우 적절한 인선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청와대는 특사단이 논의할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과 ‘남북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적시했다. 비핵화 문제를 굳이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설득해 ‘북-미 대화’의 실마리라도 끌어내는 게 사절단의 핵심 임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사단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선 북-미 대화라는 ‘여건’이 필요한데, 미국은 비핵화 논의가 빠진 대화에 응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끈질기게 설득해내야 한다. 만약 사절단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어렵게 살린 평화의 불씨가 다시 사그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한반도 비핵화란 ‘숭늉’을 마시려면 조급해하지 말고 실행 가능한 일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게 첫걸음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선언하고, 한·미가 군사훈련에서 융통성을 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북한도 지금이야말로 대북사절단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실용적이고 지혜로운 태도가 필요하다.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정표를 당장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비핵화 의지’라도 밝힌다면 이를 동력으로 삼아 대화를 이어갈 수는 있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김정은 위원장 ‘선대의 유훈’이니 이를 강조하는 형태의 언급도 대화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비핵화 아니면 대화 중단’이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수구·냉전적 태도는 합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성도 떨어진다. 자유한국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게 뻔하다는 이유로 대북특사 파견을 비판했는데, 전형적인 ‘묻지마 반대’다. 특사단 명단이 나온 뒤에도 ‘서훈 국정원장 특사 불가론’을 되풀이 제기한 것도 정략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절단이 한반도 정세를 위기에서 평화로 전환하는 첫 단추를 끼우고 돌아오기를 온 국민이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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