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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이건희 차명계좌’ 뒤늦게 과징금 물리는 금감원

등록 2018-03-05 19:50수정 2018-03-05 21:07

그래픽 / 장은영
그래픽 / 장은영
1993년 8월12일 금융실명제 시행 전에 개설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7개 차명계좌에 61억여원이 들어 있었다고 금융감독원이 5일 확인했다. 이에 따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대로 가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절차가 시작된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계기로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에 의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2008년 4월이다. 거의 10년이 다 돼서야 과징금을 부과하게 됐으니 직무 태만이 도를 넘은 꼴이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금융감독당국의 ‘삼성 감싸기’ 때문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금융감독당국은 2017년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과 소득세(차등과세)를 부과할 것을 권고하기 전까지 사실상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혁신위 권고 뒤에도 결정을 미적거리다, 법제처가 2월12일 “과징금을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회신하자, 그때서야 부랴부랴 계좌 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렸다.

금융실명제법은 차명계좌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차등과세라고 하여 소득의 99%를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에야 차등과세 절차에 나섰다. 이미 시간이 너무 흘러, 2007년 말까지 발생한 소득에는 세금을 물리지 못한다. 이 또한 차등과세 대상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금융감독당국에 큰 책임이 있다.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하고, 직무를 태만히 한 현직 인사들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들어 있던 자산이 2007년 말 가액으로 4조4000억원에 이르는데도 과징금 부과 대상 자산은 27개 차명계좌의 61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금융실명제법이 긴급명령 시행일 이전에 개설한 계좌에 한해 실명 전환 때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뒤 개설한 차명계좌에 과징금 부과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입법 미비인데, 오랫동안 고치지 않은 채 그대로 두었다.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게 서둘러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 외에도 차명계좌를 운용하다 적발된 이들이 있다. 머뭇거리다 과세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신속히 과세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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