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기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문 대통령,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7일 청와대에서 만나 외교안보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날 회동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처음으로 참석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비교적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다만, 홍 대표가 특사 방북 결과 등에 대해 도를 넘는 트집잡기로 일관해 크게 빛이 바랬다.
홍 대표는 방북 결과에 대해 “어떠한 핵 폐기도 없는 실패한 합의”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5년 9·19 합의는 핵 폐기 로드맵이 있었는데 이번 합의는 북한이 불러주는 대로 써온 합의문 아니냐. 북의 비핵화 조건으로 군사위협이 없다는 것은 주한미군 철수 논리 아니냐”고 말했다. 제1야당 대표의 말인지 귀를 의심케 한다.
이번 방북 결과는 기대 이상이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북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북-미 대화에서 비핵화를 협의한다는 점을 확약받았다. 시작 단계에서 북이 내놓을 수 있는 대부분을 내놨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실패라고 하면, 도대체 성공한 합의는 무엇인가. 9·19 합의 북핵 로드맵은 6자회담을 통한 숱한 협상의 산물이다. 이번처럼 단기간 접촉에서 이 정도면 놀라운 성과다.
이번 합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면담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의 대화 의지를 확인한 게 가장 큰 성과인 셈이다. 이를 ‘김 위원장이 불러주는 대로 써온 합의문’이라고 교묘하게 평가절하하는 것은 혹세무민이다. 비핵화 조건을 주한미군 철수와 연결짓는 것도 비약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김대중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유지를 언급한 적이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조차 “방북 결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언제까지 반대를 위한 반대, 도를 넘는 트집잡기로 일관할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정상회담이 북의 핵 개발 시간벌기용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하자, “많은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성급한 낙관을 해서는 안 된다. ‘다 안 될 거다, 저쪽에 놀아날 거다’라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야당의 우려를 듣고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대통령과 여야가 모처럼 머리를 맞댄 만큼, 앞으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지혜를 모아 외교안보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