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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공적자금 3조 날린 성동조선, 책임 철저히 물어야

등록 2018-03-08 17:31수정 2018-03-08 20:16

2010년 채권단 자율협약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중견 조선사 성동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간다. 보유 현금이 바닥나고 수주 잔량도 5척에 불과해 회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그동안 3조원 넘는 돈을 투입했으나 회사를 정상화하지 못하고 거의 다 날리게 됐다. 일자리를 지킨다느니, 산업 경쟁력을 유지한다느니 명분은 그럴듯했지만 결국 눈먼 나랏돈 빼먹기로 끝나고 말았다. 구조조정 과정을 되짚어 부정·부패는 적발해 처벌하고 국책은행의 관리 책임도 물어야 한다.

성동조선에서는 201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지출한 인건비가 2조8천억원이다. 그런데 그보다 많은 3조1천억원을 지원받고도 회사는 적자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선박 수주량은 2014년 37척에서 2015년 4척으로 줄었고, 2016년에는 아예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이제는 대규모 금융지원을 하더라도 독자생존 가능성이 희박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데, 그런 상황을 맞은 게 이미 오래전 아니었던가.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조선업 전반의 장기 시황 침체 등 구조적 요인에 책임을 돌린다. 시황 회복에 막연한 기대를 한 것은 오판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기업을 연명시키는 과정에 부정이 개입한 흔적도 역력하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7년 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쪽에 인사청탁을 하며 건넨 돈 가운데 8억원이 성동조선에서 나왔다고 한다. 2007년 말이면 성동조선 부채비율이 500%에 육박하던 때다. 성동조선은 2010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는데, 부정한 거래를 통해 자금 지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밝혀야 할 대목이다.

정부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에는 신규 자금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8조원가량을 투입한 에스티엑스(STX)조선에 대해서는 독자생존을 위한 고강도 자구계획 실행을 요구하고, 엘엔지(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방안에 대한 노사확약서 제출을 요구했다. 추가 자금 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 성동조선과 에스티엑스조선 처리는 문재인 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어떻게 이뤄질지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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