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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국회 주도 개헌, 이제 마지막 시한에 몰렸다

등록 2018-03-13 18:59수정 2018-03-13 19:00

문 대통령 21일 개헌안 발의 공식화
국회에 ‘6월 개헌’ 고강도 압박 포석
대통령 개헌안 국회 부결은 피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헌법상 권한이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국회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차일피일 개헌을 미루고 있는 탓이 크다. 청와대는 국회에서 합의된 개헌안이 나오면 발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지금이라도 국회가 서둘러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정해구 위원장으로부터 개헌 자문안을 전달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정해구 위원장으로부터 개헌 자문안을 전달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예고는 국회에 ‘6월 개헌’을 촉구하며 압박 강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측면이 커 보인다. 그래도, 대통령이 개헌안을 실제로 발의하면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가부간에 의결을 해야 한다. 헌법이 정한 의무여서 국회가 처리를 하지 않고 무시할 수는 없다. 국회는 수정할 권한도 없이 오로지 찬반 투표만 해야 한다. 개헌 주도권을 놓친 국회가 뒤늦게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부결시키는 데 몰두하는 모습이 국민 눈에 과연 어떻게 비칠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절차적 하자는 없다. 그래도 개헌은 국민 여론을 수렴해 국회가 주도하는 게 좋다. 더구나 야당이 개헌 저지 의석(100석)을 충분히 확보한 터라, 대통령이 국회에서 야당 반대를 뚫고 개헌안을 통과시키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의당을 포함해 모든 야당이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반대하는 데엔 나름의 근거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회가 개헌을 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대선에서 ‘6월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면서도 아무 설명 없이 이를 뒤집어버렸다. 자유한국당은 ‘10월 개헌’을 주장하는데, ‘6월은 안 되고 10월엔 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대통령은 ‘대국민 약속’을 들어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데, 약속을 어긴 자유한국당은 무조건 ‘관제개헌 반대’만 외치니 이래선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3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 자문안’은 ‘4년 연임 대통령제’를 뼈대로 삼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 지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온 권력구조안이다. 개헌은 국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게 맞다. 자유한국당 등은 국회에 ‘국무총리 추천·선출권’을 주자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원정부제 또는 내각제에 가까워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제의 골간을 유지하면서, 감사원 독립이나 특별사면권 제한 등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줄이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담아 비례성에 부합하는 선거제도로 개편할 발판을 마련하고, ‘수도 조항’을 법률에 정하도록 해 논란의 여지를 줄인 점은 평가할 만하다. ‘사회적 약자의 실질적 평등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 등 전반적으로 국민 기본권과 소수자 권리를 확대한 점도 환영한다.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있지만, 국민 공감대가 이뤄진 내용만이라도 이번에 개정을 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제 국회의 선택지는 자명하다. 논의를 서둘러 ‘6월 개헌’이 가능하도록 합의안을 내는 게 최선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방선거 전에 개헌 내용에 합의하고 국민투표 시기는 (선거 이후로) 조절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차선책으로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국회가 부결시키는 사태는 피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개헌을 원하는데, 국회와 대통령이 이 문제로 정면충돌하는 건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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