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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정치보복’ 말한 MB, 정치적 고려 없이 단죄해야

등록 2018-03-14 18:15수정 2018-03-14 19:05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맥락상 전직 대통령 검찰 소환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생각을 에둘러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각종 혐의를 부끄러워해야 할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치보복론을 내세우는 것에 허탈함을 감추기 어렵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에 대해 “나와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횡령, 다스 소송비용을 재벌에 떠넘긴 혐의 등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혐의를 극구 부인하면서 교묘하게 정치보복론으로 방패막이 삼는 건 전직 대통령의 품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퇴임 5년이 지나 이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인과응보요 자업자득이다. 남을 탓할 일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 태도는 1월에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강변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은 정치보복 국면이 아니라, 오랜 세월 제기된 숱한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는 시간이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진실을 역사와 국민 앞에 털어놓아야 한다. 최소한 정치보복 운운하며 잔꾀를 부린다는 인상을 주진 말아야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 전 대통령 출석을 두고 “복수의 일념으로 전전 대통령의 개인 비리를 집요하게 들춰내야만 했을까. 모든 정치 현안을 6·13 지방선거용으로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한심하다. 홍 대표야말로 모든 사안을 정략적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의 검찰 수사는 정치보복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등은 단순히 ‘개인 비리’의 차원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의 계속되는 수난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두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형사처벌될 가능성도 제법 높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순 없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범죄의 경중에 따라 죗값을 치르는 게 마땅하다. 고통스럽더라도 이 길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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