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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권한 다툼 속에 산으로 가는 ‘검찰 개혁-경찰 쇄신’

등록 2018-03-15 17:48수정 2018-03-15 19:10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개혁 논의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청와대와 법무부가 내놓은 검찰개혁안의 핵심 내용에 사실상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나왔다. 경찰은 과거 적폐가 계속 터져나오는데도 이렇다 할 개혁 의지를 보여주지 못해 수사권을 넘겨도 좋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가동중인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과연 국민이 신뢰할 만한 개혁 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조차 걱정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3일 국회 사법개혁특위에 출석해 그간의 자체 개혁 상황을 보고했으나, 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과 수사권 조정에는 양보할 뜻이 없음을 드러냈다. 공수처를 받아들이되 행정부 산하로 하자는 것은 ‘꼼수’다. 마약청과 함께 사실상 법무부 산하로 두어 격을 낮추고, 고위공직자 수사 독점권까지 없애라는 건 ‘껍데기 공수처’만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수사권 문제에서도 마약·조직폭력배 사건 빼고는 수사 대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건 물론이고, 경찰의 1차적 종결권도 부인하고 송치 전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그대로 갖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법개혁특위에 나온 경찰청장은 그나마 경찰개혁위 안을 토대로 주장을 폈으나 검찰총장은 법무·검찰개혁위의 개혁안조차 걷어찼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까지 적폐청산 수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검찰이 여론 지지를 믿고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수사 성과와 제도적 개혁은 별개로 봐야 한다. 촛불 시민들의 힘과 수사팀의 의지로 적폐수사가 성과를 냈으나 특정 시기, 특정 검사들의 수사가 신뢰할 만하다고 해서 항구적인 제도 개혁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경찰 역시 미덥지 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군과 국정원뿐 아니라 경찰도 댓글공작에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경찰 수뇌부는 언론 폭로 뒤에야 마지못해 나서는 ‘뒷북 대응’으로 일관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문건을 보면 경찰이 보수단체 회원 7만여명 동원 계획을 세웠을 뿐 아니라, 경찰청 보안국 간부는 “상사로부터 정부정책 지지댓글을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까지 말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당시 댓글작업에는 보안국 이외에 수사국 등도 참여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미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에게도 보고했다”고 말한 걸 보면 현 경찰 수뇌부가 이런 사실을 몰랐을지 의문이다. 경찰개혁위를 통한 제도개혁 논의를 넘어, 경찰 스스로 과거 적폐를 씻어내고 국민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환골탈태해왔는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검찰과 경찰은 권한 다툼에 몰두할 게 아니라, 자신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부터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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