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17일 전국위에서 민주평화당(평화당)과의 교섭단체 추진을 의결함에 따라, 두 당의 국회 공동 교섭단체 구성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 지도부는 이미 정의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로써 20대 후반기 국회는 더불어민주당(121석) 자유한국당(116석) 바른미래당(30석)에 이어 네번째 원내 교섭단체(20석)가 출범해, 사실상 ‘4당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수 정당의 국회 활동에 제약이 심하고 정당 간 연대 경험이 적은 우리 정치현실에서, 진보 색깔 정의당과 보수개혁 성향의 평화당이 손을 잡는 건 의미 있는 정치실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당이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몇가지 점에서 국회 운영에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거대 정당 중심의 국회 운영에 소수 정당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된다. 대의민주주의 기구인 국회는, 비록 소수라도 다양한 유권자의 목소리를 정책과 법률안 마련에 반영하는 게 옳다. 그러나 ‘20인 이상 의원이 모여야만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국회법 조항 때문에 소수 정당은 교섭단체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고 의사일정 협의나 법률안 심사 등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이제 노동·인권·소수자 문제에서 진보적인 정의당이 공동 교섭단체로 등록하면, 좀더 전향적이고 폭넓은 토론과 대안 모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현안인 한반도 평화, 개헌·선거제도 문제에서 두 정당의 공감대 폭이 다른 사안에 비해 비교적 넓은 점도 공동 교섭단체 구성엔 유의미하게 작용할 것이다. 새로운 교섭단체 출현이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적극 지원하고, 비례성 원칙을 강화하는 선거제도를 도입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남북관계 그리고 개헌·선거제도 문제 외엔 주요 정책에서 두 정당의 정체성이 사뭇 다르다는 점은, 국회 내 연대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념적 스펙트럼으로만 본다면, ‘평화당-정의당 공동 교섭단체’보다는 ‘더불어민주당-평화당’ 또는 ‘민주당-정의당’ 교섭단체 구성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렇기에, ‘평화당-정의당 연대’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한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어떤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잘 설명해야 할 것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추인 등을 논의하기위해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의당 전국위원회는 당의 중요 사안에 관한 최고의결기구로, 당 대표와 부대표 등 주요 당직자, 소속 국회의원, 광역시·도당 위원장, 선출직 전국위원 등으로 구성된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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